노인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의 가장 큰 즐거움은 아마도 하루 세끼 식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같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활동과 가족 면회가 줄어든 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노인들의 영양관리는 먹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몸의 대사기능과 면역체계를 보호하고 뇌기능 약화와 근육 감소를 줄여 정상적인 신체활동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기자는 10년 전쯤 어머니를 소규모 요양원에 모신 일이 있었다. 모텔을 개조한 곳이라 시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집에서 가까워 매일 뵐 수 있어 이곳을 택했다. 하지만 식사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집에서 매일 반찬을 해드려야 할 형편이었다. 무료급식소 수준만도 못 할 정도에 이르자 기자는 시설장에게 분통을 터뜨린 후 다소 멀더라도 시설이 좋은 곳으로 어머니를 옮겨야만 했다. 급식이 형편없었던 것은 영양사가 없고 시설의 비윤리적 영리추구의 탐욕이 원인이었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의 영양사 배치 의무는 1회 50명 이상의 식사를 제공하는 급식소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50명 미만의 노인복지시설은 영양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식약처가 2019년 7월부터 영양사가 없는 50인 미만의 소규모 노인복지시설을 대상으로 ‘급식 위생·영양관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예산은 국비 50%와 지방비 50%로 편성되며 전국에서 7개 지자체가 신청했는데, 이 중 경기도는 부천시와 안산시 2곳이 신청할 정도로 참여 열의가 크다. ‘부천시 사회복지 급식관리지원센터’의 경우 부천대학교가 수탁운영하는데, 식품영양학과 교수인 센터장(비상근)과 영양사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센터에서 하는 일은 입소자 건강특성을 고려한 식단과 레시피 제공, 조리·배식 지도 및 영양상담 등 영양관리, 식재료 보관·시설 환경·개인위생 등 위생관리 지도, 식생활 등 기타 건강교육지원 등이다.
괄목할 만한 성과로는 조리사들이 평상복을 입고 조리하는 것을 위생복·위생장갑·위생모를 착용하도록 했고, 칼과 도마를 한 종류로만 비위생적으로 쓰던 것을 식재료에 따라 구분해 위생적으로 사용하게 한 것, 입소 노인의 저작능력과 질환을 고려한 식단을 제공한 사례를 들 수 있다. 특히 어르신 인지개선을 위한 ‘뇌깨움(뇌를 깨우는 움직임) 모바일앱’을 개발하여 등록급식소에 보급한 것이 돋보이는 성과였다.
사업 처음에는 시설들이 자체적으로 추가경비와 작업이 소요돼 개선에 다소 부담을 느꼈지만, 지금은 입소 노인과 보호자들이 달라진 것을 좋아하는 모습에 협조를 잘해주는 편이라고 한다. 당초 지원등록 시설이 44개소에서 현재 126개소로 증가한 것만 보아도 호응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국민이 감사함으로 체감하는 정책으로 평가해도 무방할 것 같다.
부천시 식품위생과 김다혜 주무관에 따르면 부천시에는 200곳의 노인복지시설이 있는데, 이 중 90%에 해당하는 180곳이 50인 미만의 시설이라고 한다 (전국은 80%가 50인 미만). 그는 “이 사업을 지속해서 실시하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시-센터-복지시설 3자 협력체계를 긴밀히 유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뇌깨움' 관련 문의는 부천시 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 032-580-7950~7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