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찰관 정재주 씨에게 2012년 6월30일은 42년 공직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날이었다. 군인으로, 경찰로 숨 가쁘게달려오던 시간을 뒤로한 그는 선진 문물을 둘러보는 긴 여행길에 올랐다. 그렇게 이 나라 저 나라 여행을 하며 여유로운시간을 보내던 정재주 씨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마침공무원연금공단에서 진행하는 사회공헌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해 교육 이수 후 위기 청소년에게 꿈을 찾아주는 여정에 올랐다.
청소년 멘토링 통해 꿈과 희망 찾아줘요
학교는 밥 먹듯 빠지고 게임에 빠져 어머니 통장에서 1,300만 원을 인출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던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만난 정재주 씨. 이 학생과의 거듭된 만남과 대화를 통해 학생이 하소연할 데가 마땅찮고 마음 붙일 곳 없어 겉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 정재주 씨는 아이를 나무라는 대신 방황을 끝낼 수 있도록 곁에서 도움을 줬다. 방에 틀어박혀 지내지 말고 밖으로 나와 친구도 만나고 운동을 하면서 홀로 지내는 시간을 줄이도록 끊임없이 설득하고 소소한 변화를 이끌었다.
큰 변화는 아니었지만 아이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이 뿌듯하다는 정재주 씨는 또 다른 학생과 연이 닿아 멘토링 중이다. 아버지를 잃고 75세 할머니와 함께 살고있는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은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다보니 아침은 거르기 일쑤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따돌림의 대상이다.
늘 혼자인 이 학생을 위해 정재주 씨는 친구이자 상담 선생님을 자처하고 나섰다. 특히 학생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하고싶은 일은 무엇인지, 궁금한 게 무엇인지 표현할 수 있도록독려 중이다. 다행히 마음을 조금씩 열어 보인 그 학생은 학교 도서관에서 도서 열람 일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내담당 교사와 상의 끝에 열람 업무를 돕고 있다고 한다.정재주 씨는 “학생이 공부방법을 궁금해하길래 집중력, 메모와 정리, 복습 세 가지를 일러주면서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도 불어넣어주고 있다”라며 “큰 변화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느끼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아이들이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위기 청소년에게 꿈과희망을 찾아주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는 그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저출산 시대라고 걱정만 할게 아니라 교육부 등 관계 부처에서 한 명의 아이라도 낙오되거나 이탈하지 않고 바르게 자라 사회에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다
봉사활동으로 의미 있는 인생 2막 설계하세요
위기 청소년을 위한 멘토링 말고도 정재주 씨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며 인생 2막을 의미 있게 보내고 있다.
먼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안전하게 현장학습에 참여하도록 돕고 있다. 정식 명칭은 학교안전지도관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생겨났다.
한번은 지역 초등학생들을 따라 파주 영어마을에 갔다가 말벌에 쏘인 학생을 보건실에 데려가 벌침을 빼주고 쇼크가 일어나지 않게 보살핀 일이 있었다. 학부모와 보건교사, 교감과교장에게 사고 상황을 보고하느라 경황 없는 담임교사를 대신한 것이다.
‘힘들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던 정재주 씨는“버스나 기차 타고 일부러 여행도 다니는데 괜찮다”라며 “무엇보다 ‘안전’이 요구되는 시대라 자칫 놓치기 쉬운 아이들의안전을 위해 함께 할 수 있어 보람 있고 즐겁다”라고 전했다.
요즘에는 지역 보건소 금연 단속 요원으로 활동 중이라는 정재주 씨는 일주일에 두 차례 인근 역으로 나가 금연하도록 계도하고 업소를 돌며 금연 스티커를 붙이기도 한다. 정부에서담배 만들어 팔아놓고는 왜 단속하냐는 볼멘소리도 가끔씩듣지만 쾌적한 동네를 만들고 시민들이 간접흡연에 노출되지않도록 한다는 점에서 뿌듯함도 느낀다고.
정년 퇴직 후 6년 넘게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정재주 씨는현재 하는 봉사활동에 크게 만족한다고 전하면서 봉사의 좋은 점으로 첫째, 타인을 배려하고 나로 인해 변화한다는 데 마음이 뿌듯하고 둘째, 대가를 받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하기 때문에 서로 간에 믿음이 생긴다는 점을 꼽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힘닿는 데까지 봉사해야죠”라며 활짝웃는 정재주 씨는 계속해서 위기 청소년 멘토링을 통해 꿈과희망을 찾아주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